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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끝나지 않은 노래
코뮌놀이로 본 부안항쟁

저자 : 고길섶  
출판사 : 앨피  
발행일 : 2005.07.15    349 page  
정가 : 13,500원  


[출판사 서평]

문화비평가 고길섶이 기록한 한국판 『카탈로니아 찬가』

“부안항쟁은 나에게 감동과 충격을 주었습니다. 나는 한낱 민초에 불과했던 부안 군민들이 어떻게 민중으로 주체화될 수 있었는지 보았으며, 그 역사적 변신에서 새로운 민중의 힘을 발견하였습니다. 군민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조직된 전쟁기계였고, 투쟁하는 절대공동체의 대서사시를 창조하는 작가였으며, 권력에 저항하면서 생태적 생활양식들을 상상하기 시작한 에코-코뮈니스트였습니다.”

『중국의 붉은 별』 『세계를 뒤흔든 열흘』과 함께 3대 르포문학으로 꼽히는『카탈로니아 찬가』는 조지 오웰이 스페인 내전에 평범한 민병대원으로 참전한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 아나키즘 역사상 유일한 실험 무대였던 1936년의 카탈로니아에 대한 이 생생한 기록이 없었다면, 정의와 평등을 위해 싸운 카탈로니아 민중들의 투쟁은, 악의적 선전과 비방으로 가득한 공식기록에 가려 영원히 잊혀질 수도 있었다.

2003년부터 2년 동안 핵폐기장 문제를 둘러싸고 끈질기게 이어진 부안항쟁을 기록한 『부안 끝나지 않은 노래』는, 관찰자가 아닌 투쟁에 참여한 주체로서, 투쟁의 목적과 구호만이 아닌 그 안에 담긴 살아 있는 민중들의 목소리와 그들의 변화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는 점에서, 권력의 배반 그로부터 비롯된 좌절과 한계까지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지역이기주의로 매도되었던 항쟁의 의미를 새롭게 재구성하였다는 점에서, 한국판『카탈로니아 찬가』라 할 만한다.

2003년 부안에서는 어떤 일이?
2002년 7월 부안 군수의 독단적 핵폐기장 유치신청으로 인해 부안은 말 그대로 전쟁터로 변했다. 경찰계엄, 민란, 등교거부, 182일 이어진 촛불집회, 부상자 600여 명, 구속자 수 42명 등……
그러나 님비 ? 지역이기주의 등의 낙인으로, 서울과는 멀리 동떨어진 지역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뿌리깊은 지역차별주의, 노무현의 국책사업에 딴지를 거는 세력이라는 따돌림, 핵폐기장은 어디에든 들어서야 하지 않는가라는 현실론 등이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외면당해왔다.

“2003년 초여름 핵폐기장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안은 분노의 도가니로 끓어올랐습니다. 순식간이었습니다. 7만 명도 안 되는 부안군 주민들 중 1~2만 명이 부안읍내로 몰려들어 성난 군중이 되었습니다. 물론 나도 그 무리들 속에 있었습니다. 성난 군중들은 전투경찰들과 피터지는 전투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매일 밤 촛불집회로 이어지는 문화투쟁으로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부안항쟁을 ‘반핵’의 관점에서 지역의 문제로 규정하는 것을 거부한다. ‘부안항쟁’은 그 자체가 한국사회 모순의 집약이다. ‘항쟁’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한 지금, 어쩌면 ‘부안항쟁’이라는 단어 자체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민주화’된 세상에 무슨 항쟁?”이라는 물음이 나옴직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은 정말 민주화된 세상인지? 자본의 힘이 우리의 전 일상을 압도하는 신자유주의시대 민중들의 고통은 어떻게, 어디로부터 비롯되는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을 에둘러 던지지 않고 정공법으로 돌파한다.

“저는 지금 당신(노무현)에게서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보고 전두환의 피 묻은 군화를 봅니다. 부안 군민이 당신의 적입니까? ‘제2의 광주’ 그렇습니다.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참담한 상황은 그걸 생생하게 확인시켜줍니다. ......”(문규현 신부의 공개서한)

“부안의 핵폐기장 반대투쟁은 명백히 국가권력을 직접 동원하고, 국가기구가 직접 지휘하는 핵산업자본의 계급투쟁에 의해 촉발되었다.”

한국의 사파시스타
그렇기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부안사태는 핵산업의 한국사회적 모순이 지역으로 전가된 결과이며, 부안사람들은 이를 고스란히 떠안아, 고통당하고 희생당하면서 비난당해야 했다. 이제는 이 문제를 국민전체가 기억하고 풀어야 한다.” ‘부안항쟁’은 부안만의 문제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안의 투쟁은 단순한 핵 반대 투쟁을 뛰어넘어 대단히 의미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한국의 원자력확대정책을 재검토하도록 촉구하는 운동이었고, 에너지 정책 전체를 다시 짜라는 요구였고, 더 나아가서는 주민자치를 위한 운동이었다. 그러므로 부안의 운동을 멕시코의 사파티스타 같은 지역주민 중심의 자립 운동과 같이 세계사적인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이필렬(방송통신대 교수)

멕시코의 사파티스타 투쟁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의 투쟁이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부안에 주목해야 한다. 부안항쟁은 19세기 말의 고부, 20세기 말 광주에 이어, 21세기 초 매우 의미 있는 담론이 생산되는 장소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부안항쟁에서 중요한 것은 겉으로만 드러나는 이미지가 아니라 내부적 역동성의 활성화와 그 교통에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투쟁의 깃발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묻혀 있는 부안과 부안 사람들을 보아야 한다.
맹목적 찬사와 관념적 수사가 아닌, 부안 주민들이 투쟁을 통해 발명해낸 것들을 새로운 문화적 힘과 제도적 장치들로 창조하며, 사회적 주체성을 새롭게 구성해낼 때 부안항쟁은 비로소 지탱될 것이다.

부안의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부안항쟁은 승리하였지만 여전히 승리하지 않은 부단한 싸움이다. 20년 동안 안면도, 굴업도, 위도 등을 전전한 핵폐기장은 아직도 그 거처를 찾지 못한 채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전국의 해안지역을 들쑤시고 다니는 핵폐기장의 거처 문제가 특정 지역의 차원을 넘어 한국사회 전체에 던지는 전국 동시다발의 요구인 한, 지역 소외와 착취를 전제로 하는 핵폐기장 문제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 한, 부안항쟁은, 생명-민주를 향한 부안의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부안을 기억한다는 것

코뮌놀이, 부안을 기억하는 화두
“우리가 방패가 있어, 뭐가 있어. 아무것도 없어. 그렁게 첫째, 우리는 많이 모이는 것이 힘이여. 둘째, 우리는 암것두 몰랐잖아, 허지만 인제 우리는 다 알아.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입을 벌리게 됐어. 입이 뚱그러져서 할 말도 하고 욕도 하고 개소리도 해보자고. …… 글고 우리가 뭐 땜시 근심혀. 그럴 필요 없어. 데모 죽도록 할 것여. 몇 십년이라도 혀. 그래서 우리 중생덜에게 새끼덜에게 잘 물려줄 책임이 있어. 그걸 우리가 하고 죽어야지. 헌디 우리 놀고 뛰고 놀아감서 허게. 우리 웃어가면서 춤춰가면서 싸우게”

어떤 정치선동가보다도 더 멋있고 힘차게 항쟁의 핵심을 짚어내신 분은 68세의 장명순 할머니이다. 평생 부엌데기로 자식들 키우느라 허리가 휘도록 땅만 팠던 장 할머니는 부안항쟁과정에서 이렇게 마이크만 잡으면 좌중을 휘어잡는 정치선동가로 변신하였다. 장 할머니의 “우리 놀고 뛰고 놀아감서 허게. 우리 웃어가면서 춤춰가면서 싸우게…”란 말은 부안항쟁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잘 보여준다. 할머니의 발언에는 고통스러운 투쟁과 주체하기 어려운 분노를, 웃어가면서 춤춰 싸우는 즐거운 투쟁으로 변이시켜내는 힘이 담겨 있다. 이처럼 때로는 피로 범벅되었던 투쟁을 깔깔거리는 축제의 장으로 질기게 이어갔기에 부안투쟁은 마침내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나는 부안에서 즐거운 투쟁의 활력을 보았으며, 여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경험해보지 못할, 역사적 상상으로만 존재했던 코뮌을 현실세계에서 목도했습니다. (…) 부안 사람들은 항쟁을 통해 지역사회의 권력관계를 전복시켜온 일들을 자랑스러워 할 것입니다. (…) 이 문화정치적 힘들은 핵폐기장이라는 이슈를 넘어 주민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삶의 새로운 가능성들을 모색하도록 강제했습니다.
자기 안의 요동과 타자속으로의 집단적 연대를 통해 욕망되는 새로운 삶에 내기를 거는 놀이, 투쟁을 통해 비로소 느꺼볼 수 있었던 신명과 해방의 에로스 효과(eros effect),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집합체의 형성과 그 표현행위들, 나는 그것들로서 부안항쟁을 코뮌놀이의 공간으로 기억하는 것입니다.“

‘코뮌놀이’로서 부안항쟁을 바라본다면, 반핵이라는 구호 속에 가려졌던 부안 주민들의 다양한 얼굴들, 새로운 실험들과 만날 수 있다.

반핵을 넘어 생명-인권으로
“요즘 부안의 핵폐기장 반대운동은 색다르다. 내 지역뿐 아니라 남의 지역도 안 된다는 니아비 정신으로 가다듬은 주민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핵 없는 세상’과 더불어 ‘재생가능한 에너지 대안’을 외치는 게 아닌가”(박병상-‘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공동대표)

“우리는 부안 땅뿐만 아니라 이 땅 어디에도 핵폐기장이 지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삼보일배 고행은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내 안의 몸부림이자 이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고행은 더 이상 누구더러 이 땅 생명의 순환과 생활의 터전을 대신 지켜달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의 진지한 성찰이자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갈 수 밖에 없다는 주권재민의 사상을 대지에 새기는 몸부림이고 메시지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고행은 참회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세상을 새롭게 개벽해나가고자 하는 창조적이며 자발적인 주민생명운동이며 인권과 민주주의 운동입니다. 우리의 생명운동은 핵산업이라는 인간의 오만과 착취에 기반하는 죽음의 굿판을 중단시키며,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고 자연·인간·생명·문화가 상생하는 에너지의 사용을 촉구하는 새로운 생활양식의 문화운동이 될 것입니다.”(<삼보일배 선언문>)

반핵에서 출발한 부안 주민들은 부안사회 지역공동체 삶을 넘어, 이 세상 모든 곳과 모든 사람들과 모든 만물의 생명의 연대로 투쟁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우리의 고통을 이 땅의 다른 누구도 대신 짊어져서는 안 된다며 핵없는 세상을 호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라는 <삼보일배 선언문>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인식의 확대는 원자력정책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로, 각자의 삶을 변화시켜내는 생명문화 운동으로 갈래를 뻗어나가면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식의 운동과 실천들을 양산하였다.

분노의 중심에 민주주의가 있다.
부안 주민들은 크게 “핵폐기장 결사반대”와 “김종규를 때려잡자” 두 가지 구호를 외쳤다. 이는 핵폐기물 반대라는 반핵운동의 또 다른 얼굴에 군정 독재자를 탄핵시키고자 하는 민주주의투쟁이 요동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바로 이것이 다른 지역의 핵폐기장 반대투쟁과는 다른 점이다. 부안군수의 배신적 독단행위에서 비롯된, 군민들의 분노는 순식간에 저항으로 이어졌다.
부안 주민들의 뜨거운 투쟁을 보며 저자는 두 개의 역사적 기억들 즉, 광주항쟁과 고부 동학농민전쟁을 떠올린다. 동학농민전쟁이 탐관오리 고부군수 조병갑의 학정에 못 이긴 농민들의 반란으로부터 비롯되었다면, 부안 군민들은 ‘고부군수 조병갑’ 대신 ‘부안군수 김종규’ 앞에 서게 된 것이다. 군민들의 분노는 일방적으로 군수를 두둔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로 향하게 되며, 민주주의에 대한 군민들의 각성은 이후 독자적 주민투표 실시라는 새로운 정치실험으로 이어진다.

참여민주주의를 넘어 자치민주주의로
부안주민들이 행한 독자적 주민투표는 한국사회 민주주의 성숙의 새로운 역사를 기록한 것으로 평가된다. 72% 투표율에 92% 반대표라는 수치상의 승리도 대단하지만, 그보다 더욱 높이 평가할 것은 독자적 주민투표 성사과정 그 자체였다. 부안의 독자적 주민투표는 자치민주주의를 창안하는 정치공학의 훌륭한 모델이었다. 독자적 주민투표 선언, ‘주민투표관리위원회’ 조직 및 구성, 투표인명부 작성, 자체 예산 확보를 위한 성금 모금, 전국에서 온 600여명의 자원봉사자 및 주민 자원활동가 활동, 홍보전, 벽화작업, 주민투표 일정 계획 및 실무, 읍면 순회 토론회, 등의 일들은, 하루 아침에 된 일이 아니라 투쟁 역량과 노하우를 총집결하고 네트워킹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안 군민들은 노무현 정부에 핵폐기장 백지화를 요구했지만 노 정부는 들어주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가 김종규와 함께 부안 군민들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며 안하무인으로 욕을 보이는 상황에서 부안 주민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수행하는 ‘자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주어진, 만들어진 판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판 자체를 스스로 계획하고 새롭게 짜내는 것, 이것이 바로 참여민주주의와는 근본적으로 차별화되는 자치민주주의이며, 독자적 주민투표는 이를 실천적으로 창안해내는 주민정치의 실험이었다.

새롭게 출현한 사회주체들
촛불시위가 매일 밤 열리는 부안읍내의 반핵민주광장은 만민공동회의 장소가 되었다. 특히 아줌마들이나 할머니들은 마이크를 처음 잡으면 말을 잘할 줄 모른다고 겸손해 하면서도 일단 ‘말씀’이 쏟아지면 거침없어진다. 군수에 대한 분노를 노골적으로 쏟아낸다. 욕설도 한번씩 섞어가면서 수천의 청중들을 웃음과 해학으로 속도감 있게 몰아가는 그이들, 평생 ‘부엌데기’였던 그이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수천 명의 사람들을 웃음과 감동으로 열광시키는 명연설을 해댔다.
부안항쟁 기간 동안 부안에서는 이렇게 새롭게 출현한 사회주체들의 수평적 연대관계가 형성되었다. 남편, 아내의 가부장적 관계가 지배적이었던 농촌사회에서 전혀 새로운 방식의 동지적 관계들이 재구성되고, 소통된 것이다. 그저 공부만 하던 학생들도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문화투쟁의 새로운 전형 창출
부안항쟁의 핵심인 촛불시위는, 촛불시위의 새로운 독창성을 창출하였다. 7만 인구의 작은 군에서 200여 일 동안 이어져온 촛불 시위, 적게는 수천 명 많게는 수만 명의 주민들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태풍이 몰아쳐도, 공권력이 방해해도, 추석명절이어도, 찬바람이 몰아쳐도, 낮에 집회를 열어도 꼬박꼬박 매일 반핵민주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여름에는 ‘핵없는 세상’을 상징하는 노란 티에 노란 모자를 쓰고, 가을에는 노란 조끼를, 그리고 날이 추워지면서 노란 점퍼를 입고, 그렇게 반핵민주광장은 매일 밤 수천의 촛불과 함께 분노와 감동의 노란 물결로 출렁거렸으며, 이 노란 물결은 부안군 13개 읍면의 가게마다 집집마다 차량마다 길거리마다 내걸린 “핵폐기장 반대” “핵없는 세상” 깃발들로 이어졌다.
촛불시위는 만민공동회의 장소이자, 교양학교였으며, 참여하고 즐기는 문화의 장이었다. 매일 2-3시간 이어지는 집회를 주민 스스로 준비하고 채워가면서, 부안 주민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역량과 충만함에 놀라워했으면, 이는 그 자체로 커다란 문화적 충격이었다.

이 책에는 부안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담겨 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아주머니, 농민, 할머니, 학생들이 시인이 되고 선동가가 되어 쏟아놓은 이야기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부안항쟁 그 자체이다.

이구동성 온 나라가
손가락질하면서 욕을 하더이다.
돈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그런다고
섬 밖의 사람들이 돈을 못 받아 배 아파서 그런다고
나라 생각은 눈꼽만큼도 안 하고
지들밖에 모르는 얌체들이라고
배후에서 조종하는 수상한 세력의 부추김에 놀아난다고
미치고 팔짝 뛰고 지랄발광할 소리만
천지에 가득하더이다
(중략)
무조건 믿으란 말을 믿으란 말인가
모든 보는 눈동자를 지우라 하고
모든 말 있는 입을 벙어리가 되라 하고
모든 소리 있는 귀를 귀머거리가 되라 하고
모든 생각하는 머리를 바보가 되라 하여
떡 하나 물려놓고 사탕 하나 빨려놓고
그리하여 너희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수상하지 않을 수 없다.
너희들을 우리는 믿을 수 없다.

- 부안사랑, <반핵부안> 2003년 12월 16일

“우리 군민은 분통이 터져서 어찌할 줄 모르고 데모라는 시위를 하게 됐는데, 7월 23일 날 밤 대통령이 김종규(부안 군수)한테 전화로 하는 말이 ‘김종규 군수님 힘내셔요. 용기 잃지 말고 힘내셔요. 내가 뒷심은 얼마든지 밀어줄게요’ 하는 것을 보고 한마디로 저것이 한 나라의 대통령인가 정말 분이 나서 날마다 핵폐기장 백지화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데모하겠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어버이나 같은데 1개 군민 7만 명이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고 있는데 그렇게 전화를 해야겠어요? 하루 속히 대통령과 김종규는 우리 앞에 사과하셔요” - 촛불시위 발언한 50대 아주머니의 글

“내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싸우게 된지 알아? 학교 끝나고 집에서 뉴스 보는데, (부안에) 핵폐기장 한다고 나왔어. 그래서 엄마 한테 물어 봤더니 엄마는 대충대충 살아 그러대. 궁금해서 집회장에 나가봤어. 그래서 핵폐기장이 나쁘다는 것을 알았어.” - 어느 초등학생 꼬마

생전 온몸으로 낮게 엎드려 참회하긴 처음입니다. 삼보일배는 보는 것 만으로 고통이었기에 전날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몸으로 부딪힌 삼보일배는 견딜만 했습니다. 온몸을 낮추고 고개 숙여 어머니 땅에 빌었습니다. 우리 안에 가득찬 욕심을, 반성할 줄 모르는 이기심을... 인간의 탐욕으로 편리를 위해 콘크리트를 뒤집어 쓴 대지와 쉬는 시간, 시원한 그늘을 준 길 옆 코스모스에게도 용서를 빌었습니다. 숨쉬기 힘들 만큼 뿜어 대는 매연을 몸서리치게 마시고도, 정화시켜 맑은 공기로 내주는 모든 생명들에게 빌었습니다. 미안하다고, 용서해 달라고
- 흐르는 강물, <반핵부안>, 2003년 10월 7일

“할머니들은 촛불시위에 나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 할 일을 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담벼락에 반핵을 색칠하는 것으로 자기 자리를 지킨다. 부안의 반핵운동은 누가 시킨 게 아니다. 알아서 자기 자리를 찾는다. 우리는 노래로 우리 자리를 찾았다.”
- 반핵 노래패 ‘노랑고무신’의 김정(41) 씨

“김종규 부안군수가 우리 몰래 유치신청을 했다는 뉴스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 순간부터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군수 하나가 이렇게 우리 군민 전체를 기만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에게 뭘 남겨줘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사생결단을 내야겠구나, 끝까지 목숨 걸고 해야겠구나 그런 심정이었어요.” - 주부 조미옥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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