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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고산 정진석 선생님과 생활하며

지운 김철수 선생 묘소에서
왼쪽-비전향장기수 허영철 선생
오른쪽-고산 정진석 선생

고산 선생과 생활하며
정재철/백산고 교사


  모교인 백산고등학교에서 후배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이다. 중학교 입학식에서 운동장의 빨간 황토 흙을 만났다. 운동장의 얼었던 흙이 녹으면서 질척이고, 발만 떼면 무거운 흙들이 신발에 달라붙어 움직이기 어려웠다. 날씨가 추워 얼굴이 얼고 발이 시린 입학식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지금의 운동장은 부안의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물빠짐과 뛰놀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었다. 학교에 있는 나무들은 새가 깃들고 수업 중에 이쁜 새소리를 들을 정도로 훌륭한 숲이 되었다.

  고산 선생이 산을 좋아하셔서 함께 산행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변산에서 가장 높은 의상봉을 오를 때도 맨 앞줄에 서서 정상에 오르셨다. 뒤따라가던 우리는 땀을 닦으며 “어른이 앞서 가니 힘들다는 말도 못하겠다”고 불평 아닌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남원의 바래봉에 갔을 때도 같이 갔던 몇몇이 도중에 낙오가 되었는데도 선생은 정상에 일찍 올라서 젊은 사람들을 염치없게 만드셨다. 사모님은 이런 선생을 두고 “너무 건강 자랑(?)하는 것 아닌가요”라며 핀잔 아닌 핀잔을 하신다.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좋아하시는 선생은 때로는 젊은이들의 말동무로, 뜻을 같이하는 동지로 깊은 얘기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해 간다.

  2년 전에 비전향 장기수선생님들이 부안에 들른 적이 있었다. 이들을 만난 고산 선생은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당신들이 30~40년 동안 감옥에서 목숨조차 위협받는 어려움을 겪은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온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시간이 나면 비전향 장기수로 감옥에서 30년 넘게 고생하신 김제에 사시는 허 선생님을 모시고 따뜻한 대화와 식사를 나누시곤 한다.

  선생이 깨끗하게 학교를 운영하시고 따뜻한 운영을 하신 것은 널리 알려졌다. 필자가 고창에서 근무할 때 교감선생님께서 백산학원을 ‘전북의 유일한 사립’이라고 말씀하셔서 모교 칭찬을 듣고 뿌듯했던 적이 있었다. 유일한 사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지 않았지만, 학교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더불어 하는 운영형태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생각했다. 70년대 후반에 교사 한 사람을 채용했는데 교육청에서 승인이 늦어서 급여를 받지 못하자, 판공비로 몇 달간 월급을 주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다. 교사 한사람 한사람에게 베푼 관심은 결국 학생들을 향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진다. 사립학교에서 교사를 채용할 때 수천만 원씩 받는다는 말들이 언론에 흘러 다닐 때도 백산학원에는 이런 얘기가 없었다. 깨끗하게 학교를 운영하셨고 사립학교에는 노동조합이 있어야한다는 진보적인 관점을 오래 전부터 밝혀 온 바도 있다.  

  5공 때 있었던 일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이때는 군인들이 정치를 하면서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 없는 숨죽인 사회였다. 그때 향토사단에서 각 지역 학교를 방문해서 교사들을 상대로 안보교육을 하겠다는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때 선생은 교사들에게 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당신들이 아니냐고 되물어서 이들의 교육을 거부했고, 백산학원 뿐만아니라  부안지역에서는 군인들이 교사를 앉혀놓고 하는 교육은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고산 선생은 통일에 관심이 많다. 일제 시대와 해방공간에서 모진 고통을 겪고 분단 현실을 온 몸으로 경험하면서 통일이 역사의 방향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백산학원은 들판에 자리잡고 있는 시골 학교이지만 많은 인재를 길러냈고 부안을 대표하는 학교로 성장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우거진 숲과 체육관 옆의 통일동산, 봄부터 꽃이 줄을 잇는 정원, 청설모가 나무를 오르내리는 평화로운 모습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밝고 힘차게 들려 온다.



글쓴이 :   부안21  
작성일 : 2003년 06월 29일 04시 29분 59초    조회 : 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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